[ 미트러버 TV ] *미트러버 X t'way 구독자 이벤트* 키르기스스탄에 가고 싶은 분? 【키르기스스탄 ep.2】 < 미트러버 TV < 미디어 이슈 < 기사본문

[미트러버뉴스=고현진 기자] 유목민의 역동적인 삶과 현대 도시의 활기가 교차하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 그 중심에 자리한 오쉬 바자르는 단순한 재래시장을 넘어 유목 문화의 정수가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육류 박물관이다. 최근 미트러버 채널 취재진이 이곳을 찾아 키르기스스탄의 독특한 고기 문화를 심층 취재했다.

서울의 활기 넘치는 전통 시장과 견줄 만한 오쉬 바자르의 정육 코너는 그 규모에서부터 압도적이다. 수천 평에 달하는 공간에 도축된 고기들이 부위별로 정갈하게 진열되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냉장 시설 없이 고기가 상온에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껍고 높은 건물 구조 덕분에 자연 냉방이 가능해 며칠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현지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말고기다. 천고지에서 약초를 먹고 자란 말의 지방은 선명한 노란빛을 띠며, 깊은 풍미와 높은 영양가로 현지인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고기’라는 자부심을 얻고 있다. 한 상인은 “한국에서 큰일이 있을 때 소를 잡듯, 키르기스스탄에서는 대소사에 말을 잡는다”고 말하며, 말고기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선 문화적 상징임을 강조했다. 가장 인기 있는 부위는 엉덩이살과 뒷다리살(지스크스)이며, 심장, 간, 대창 등 내장 부위도 한국과 유사하게 소비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슬람 국가임에도 오쉬 바자르 내에 돼지고기 전문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는 80여 개 민족이 어우러진 다민족 국가 키르기스스탄의 포용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양고기 또한 다양한 부위가 활발하게 거래되며, 식문화의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시장 방문 시 반드시 맛봐야 할 별미 중 하나는 말 내장에 고기와 지방을 채워 만든 전통 순대인 추축이다. 현지인들은 “고기가 신선하고 씹는 맛이 좋아 거부감이 없다”고 평가한다. 한 조각에 약 800원으로 결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오쉬 바자르를 찾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되는 음식이다.

유목민의 삶과 애환이 담긴 대표적인 잔치 음식은 베시파르막이다. 얇게 썬 말고기, 파스타(테스타), 내장, 순대, 육수가 어우러진 이 요리는 “막창의 고소함과 깊은 풍미가 있으면서도 잡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말 막창인 ‘카스’는 최고의 별미로 꼽힌다. 야크고기 또한 훈제햄처럼 즐겨 먹으며, 이는 과거 칭기즈칸이 말린 말고기를 전쟁 식량으로 활용한 역사적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비슈케크 시내에는 ‘고려 식당’ 등 여러 한식당이 성업 중이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비빔밥 등 한국의 대표 메뉴는 물론, 감자 전분피로 만든 만두인 배고자와 칼국수는 현지화된 퓨전 음식으로 현지인과 교민 모두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취재진은 “오늘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며 칼국수와 배고자 조합에 높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 키르기스스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는 동태찌개, 갈치조림 등 해산물 요리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다. 대신 천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서 자란 송어를 구이, 튀김, 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며 그리움을 달랜다.

키르기스스탄의 식문화는 광활한 초원과 웅장한 천산의 자연환경에서 비롯되었다. 유목민의 전통은 말고기와 양고기를 중심으로 한 육식 문화로 이어졌고, 오쉬 바자르는 단순한 상업 공간을 넘어 다양한 민족과 음식,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우러지는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다가 없는 지리적 한계는 풍부한 민물고기 소비로 이어졌으며, 한식당의 성공적인 현지화는 이방인과 현지인의 경계를 허무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