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러버뉴스 : 허승규 기자] 식탁 위의 고기 한 점에 담긴 가치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한국 식육 산업은 오랫동안 '단순 유통'과 '고령화된 인력'이라는 고질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KBFS)는 정육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생명 존중'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승화시키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통 독일식 마이스터 교육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여,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육가공 전문가의 사회적 위상까지 높이고 있는 유병관 대표를 만나 한국 식육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그의 비전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이 땅의 식육 문화를 혁신해 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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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KBFS)의 설립 배경과 학교의 주요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답변: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는 정육이라는 분야를 ‘기술’과 ‘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체계화하고자 2018년에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육인들을 위한 단기 실습 위주로 출발했는데요,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독일 바이에른주 상공회의소 및 도축·육가공 전문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독일식 식육 마이스터 교육 체계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였습니다.
2022년부터는 청평에 교육장을 새로 이전해서 워크인 냉장고, 슬라이서, 육가공 전용 작업대 등 독일과 같은 환경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마이스터 통합과정과 기업 맞춤형 교육, 그리고 청소년 대상 체험형 수업까지 확대해서, 말 그대로 ‘정육 교육의 허브’를 꿈꾸고 있습니다.
설립 목적은 ▲한국 식육 산업의 체계적 인력 양성, ▲청년 일자리 창출, ▲육가공 분야 전문 기술자의 사회적 위상 제고입니다. 단순한 실습 교육을 넘어서 학문적 깊이와 산업 트렌드를 결합한 고도화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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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독일식 마이스터 교육 시스템의 핵심 철학과 KBFS에서의 구현 방식은 무엇입니까?
답변: 독일 마이스터 교육의 핵심은 ‘이론+실습+현장’ 이 삼박자입니다.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는 이 체계를 그대로 반영해 ▲육가공 이론과 위생학, ▲도축과 정형, ▲가공 실습, ▲경영·마케팅 교육을 포함한 종합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예를 들면, 단순히 고기를 써는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정형이 왜 중요하고, 왜 이 부위는 이렇게 썰어야 하는지, 숙성에 따라 식감이 어떻게 바뀌는지, 이걸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건지까지 가르칩니다.
그리고 수료 후엔 독일 본교로 가서 직접 현지 도축장과 마이스터 학교를 체험하게 되죠. 예전에 학생들과 함께 독일 도축장을 견학하고, 돼지고기 부위별 커팅법을 실습했을 때, “고기가 아니라 하나의 작품 같다”는 학생 얘기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즉, 바이에른주 인증 교육 프로그램을 한국에 맞게 현지화하되, 독일 현지 실습 및 연수와 같은 글로벌 경험도 제공합니다. 실기 중심의 ‘직무능력 평가’는 독일식 마이스터 자격증 취득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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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KBFS가 운영하고 있는 주요 교육 프로그램과 대상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답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A·B·C로 나뉘는 마이스터 통합과정이에요. 이건 육가공 전반을 배우는 정규 과정이고, 최소 6개월~1년 정도 소요됩니다.
두 번째는 델리미트, 하몽, 드라이에이징 같은 ‘단기 집중 과정’입니다. 특정 기술을 배우고 싶은 분들을 위한 거죠.
세 번째는 청소년과 일반인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인데, 이건 ‘정육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마음으로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최근엔 ‘식육가공기사’라는 국가기술자격이 신설되면서, 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과 실습 툴을 전면 개편했습니다. 그리고 현대그린푸드나 다름플러스 같은 기업들과도 현장 교육, 제품 개발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고등학생과 청년 구직자를 위한 무료 교육도 병행하며, 정육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합니다. 교육 수료생은 국내 대형 유통기업, 육가공 공장, 한우 전문점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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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식육 산업이 가진 사회적 역할과 교육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답변: 육가공은 단순한 ‘식자재 유통’이 아니라 식품 산업의 근간입니다. 고기 한 점에도 위생, 안전, 유통, 조리, 소비까지 복합적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이 아닌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기는 그냥 상품이 아니에요. 누군가의 생명이고, 누군가의 밥상입니다.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는 도축과 정형, 위생에 대한 기술 교육뿐 아니라 생명 존중, 식문화 이해, 책임 윤리를 함께 가르칩니다. 특히 ‘생명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식육 교육을 통해 단순 노동이 아닌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이를 통해 농촌과 도시를 잇는 로컬푸드 시스템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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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최근 육가공 산업은 푸드테크, ESG, 스마트 HACCP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고 있습니다. KBFS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답변: 맞습니다. 최근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는 ▲스마트 HACCP 교육, ▲데이터 기반 정육 유통 교육, ▲3D 고기 프린팅과 식육 AI 분석 기술 등 푸드테크 접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단 스마트 HACCP 교육을 강화했어요. 그리고 중소식품업체들이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면서, 저희도 데이터 기반 위생관리 시스템을 교육에 넣었습니다.
또 푸드테크 스타트업들과 협업해서 3D 프린팅 고기나 AI 고기 품질 분석 교육도 파일럿으로 시작했습니다.
사례로 말씀드리면, 저희 교사 중 한 분이 식육 이미지 AI 학습용 데이터를 정리해서 실제 현장 분석 프로그램에 적용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것도 교육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지금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푸드테크 스타트업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ESG 관점에서 동물복지 인증, 탄소중립 도축기술 등의 교육 모듈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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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한국 식육 산업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비표준화', '인력 고령화', '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한 KBFS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답변: 맞습니다. 지금 정육업계 평균 연령이 50대 중후반으로 청년 인력이 거의 안 들어옵니다. 그래서 저희는 표준화를 위해 독일 기준의 커리큘럼과 공정별 매뉴얼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청소년 대상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고, 구직 청년들에게는 국가 자격 제도화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수료생 중 30%는 졸업 후 정육점 창업을 했고, 나머지는 백화점, 프랜차이즈, 외식기업으로 바로 취업했습니다.
또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다문화 가정이나 외국인 노동자 대상으로는 한국어와 실습을 병행하는 특화 프로그램도 기획 중입니다. 식육은 한국인이 아니어도 잘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접근 장벽을 낮추는 게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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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대표님의 단기·중기·장기 전략이 궁금합니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답변: 저는 식육 교육을 통해 이 산업이 ‘생명 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되기를 꿈꿉니다. 단순 정육이 아니라, 기술과 감성, 위생과 윤리가 조화를 이루는 직업이 되길 바랍니다.
단기적으로는 식육가공기사 시험에 최적화된 교육 체계를 갖추는 게 우선입니다. 시험 합격률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실무에 활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중기적으로는 실무형 교육장, 그러니까 ‘블루메쯔’ 같은 현장 중심 가게를 서울, 부산, 제주 등에 3~5개 정도 추가로 만들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마이스터 1만 명 양성’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독일과의 협업을 확대해서 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식육 교육 허브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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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마지막으로, 육가공 산업의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현장에서 함께 뛰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답변: 정육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먹거리 정의’와 ‘지역경제’의 중심입니다. 이 산업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 현장 기술자 한 분 한 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육은 절대 뒤처진 산업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입니다.
‘뒷다리살’도 기술이 들어가면 ‘등심보다 더 맛있다’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희는 그런 기술을 교육하고, 그걸 삶의 무기로 바꿔드립니다.
지금 이 인터뷰를 보는 식육 관계자 여러분,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언제든 KBFS 문을 두드려 주십시요.
우리는 여러분과 같은 현장인들과 함께 대한민국 식육산업의 품격을 바꿔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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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관 대표의 인터뷰는 단순히 식육 교육의 현황을 넘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정육은 뒤처진 산업이 아니라 지금이 바로 기회'라는 그의 말처럼,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는 정체되었던 식육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술과 윤리가 조화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고민이 아닌 함께하는 혁신을 강조하며 현장 관계자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유병관 대표와 KBFS가 대한민국 식육 산업의 품격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그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